詩다움
육식성의 아침 [김경미]
초록여신
2009. 8. 24. 10:35
오늘의 식탁은 청록색 호수다
식탁 위 가없는 접시엔 갓 뽑은 몇그루 나무들
뿌리째 눕혀져 있다
채소를 먹으면 귀가 청명해지고 목이 길어진다지만
오늘의 나는 중요하다
곧 물 먹으러 온 저 코뿔소가 접시에 놓일 것이다
인류의 범위는 절벽 양 산양에서부터
이에 피가 끼는 식인종까지라는데
그중에 나는 어디쯤인지 모르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겠을 땐 자신을 제일 앞에 두라고
혀를 제일 앞에 두라고
그들은 전쟁터에서 해먹기 좋은 30초 요리책을 펴내고
그토록 소중하다 하므로
붉은 나팔꽃 같은 아침부터 육식을 해야 한다
식탁이 딛고 있는 바닥은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 창작과 비평 145, 2009년 가을호
.......
여전히 난 식물성의 아침을 꿈꾼다.
육식을 먹어야 힘이 난다고들 하지만
식물의 가벼운 듯 질긴 그 힘을 얻으며
무더운 여름의 마지막을 달릴 것이다.
(식물성의 아침,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