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밥 퍼즐 [유안진]
초록여신
2009. 8. 9. 11:54
태어나는 곳에 따라
눈썹이고, 수염이고, 머리카락이고, 터럭이듯이
태어나는 장소에 따라
눈물이고, 콧물이고, 침이고, 땀이고, 오줌도 되듯이
들어가는 목구멍에 따라
임금님께서는 수라이고
어르신께서는 진지이고
하인에게는 입시
귀신에게는 메가 되고
군식구에게는 눈칫밥이 되는
밥! 밥! 밥은
국물 없이 먹으면 깡다짐이 되고
반찬 없이 먹으면 맨밥이고
솥바닥에 눌리면 깡개나 누렁지, 솥훓기나 가마치이고
먹다 남긴 밥은 대궁밥이고
김매기나 밭일에 집에서 가져오면 기승밥이지만
끼니 사이에 먹으면 새참이 되고
밤에 놀다가 입이 궁궁해서 먹으면 밤참이다가
제사상에 오르면 메가 되었다가도
제사[忌祭祀] 뒤에 나눠 먹으면 제사밥이 되지만
제사도 없이 젯밥처럼 비벼먹으면 헛제밥이 된다
밥 없이는 어떤 반찬도 제 맛을 못 낸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잘 차렸어도 밥이 있어야 진수성찬이다
맵고 짜고 시고 써도 밥맛으로 중화된다
먹는다고 하면 밥 먹는다는 뜻이니
식사란 시작도 마무리도 밥이 있게 마련이다
밥은 어머니이고 아내이기 때문에
밥은 집에서 먹어야 밥맛이 난다
외식이 좋다해도 자칫하면 목구멍은 포도청도 되니까.
* 유안진 민속시집 『알고(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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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맛있는 밥맛의 힘으로 무더위를 이겨내겠습니다.
밥! 밥! 밥님!!!
오늘도 한 끼 식사로 우리 곁에 오시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맙게 밥님을 제 뱃속으로 모시겠습니다.
(밥님에게 고마움을,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