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폐가 [오양심]

초록여신 2009. 7. 9. 18:20

 

 

 

 

 

 

 

 

 

 

댓돌 위에 남기고 간

흰 고무신 한 켤레

서까래에서 떨어져 내린

살점들에 짓눌려

흙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늘을 받치고 있는 기왓장도

핑계만 있으면 물이 되어

방 안으로 스며든다

틈새마다 바람도 들쑤시고 다닌다

빈 집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조짐이다

지나가던 햇살이 메마른 영혼들을

발 밑에 불러모아 불을 지른다

또드락또드락

숨죽인 울음을 울며 머리를 풀고 하늘로 올라간다

 

 

봄이 대문 틈으로 엿보다 살며시 떠나는

 

 

 

 

 

* 뻔득재 더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