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구름의 종점 [고영]

초록여신 2009. 7. 9. 18:17

 

 

 

 

 

 

 

 

 

 

 

장기판을 기웃거리던 노인이 벤치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다. 못 다한 훈수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담배를 태우다 말고'

하릴없이 공중을 올려다보고 있다.

담배연기에 밀려 조금씩 멀어지는 뭉게구름을

돋보기안경이 다시 빨아들인다.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구름과 함께 흘러가는 머언 기억들......

갈수록 흐릿해지는 저 구름이 종점에 다다르기 전

노인의 입에서 놀던 온갖 훈수거리들도

제 갈 길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리곤 아무도 말을 걸지도, 들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구부러진 담뱃재가 고꾸라질 듯 위태롭다.

노인을 바라보는 내 눈이 다 맵다.

담배를 태우던 것도 잊고

노인은 서서히 졸음에 꺾이고 있다.

 

 

 

 

*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