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삼겹살 수사 [이근화]

초록여신 2009. 7. 6. 07:43

 

 

 

 

 

 

 

 

 

 

 

영혼을 팔아버릴 수도 있는

식사의 끝이 있을까

식탁 위에 어떤 원숭이를 앉힐까

 

 

기울어진 철판 밑으로 떨어지는 기름을 모아

비누늘 만들고

거품 속에 빠진 사람들을 건져 올린다면

다 용서받을 수 있을까

 

 

식탁 앞에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것이 예의인데

침묵은 종종 더 많은 물음표를 뱉어내고

튀어 오르는 것은 돼지의 것

돼지의 것

 

 

숨을 죽인 대파의 편에서

물렁하게 익어가는 마늘의 편에서 말하도록

술을 따르는 것이 좋다

오랜만인데 삼겹살이 좋다

 

 

 

 

* 우리들의 진화, 문학과지성사(2009.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