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서쪽나라 국경의 숲에서 [정일근]

초록여신 2009. 6. 27. 23:12

 

 

 

 

 

 

 

 

저녁 내내 말을 달려 찾아온 서쪽나라의 국경 숲에서 배운다

해 지자 큰 삼나무 숲 위로 별들이 찾아와 빛나는데

묻나니, 우리 머리 위에 저리도 많은 별이 살고 있었던가

세상 어느 천문학자도 그리지 못한 신비한 천문도가 펼쳐지고

그때 나는 들었다, 하늘의 별들이 나무에게 속삭이는

사랑의 목소리를, 우주의 떨리는 숨소리 같기도 하고

들뜬 별들이 스스로 부서져내리는 소리 같기도 한

은은한 사랑의 밀어가 삼나무 숲으로 폭설처럼 내려앉는다

그리하여 별의 사랑은 나무의 작은 이파리에 난

더더욱 작은 숨구멍 하나하나에까지 젖어들고

그 사랑 나무 속 물질을 타고 뿌리 끝까지 전해져

참을 수 없는 격정으로 나무들이 활활 타오른다

그렇구나, 별의 사랑으로 뜨거워지는 나무들의 뿌리가

우리 별을 데우고, 나무의 사랑으로 더워진 별이

광활한 우주를 향해 아낌없이 자신을 태우는 것이구나

그래서 어둔 밤하늘 별들이 저리 빛난다는 것을

저녁 내내 말을 달려 찾아온 서쪽나라의 국경 숲에서 배운다

 

 

 

 

*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