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봄 [송찬호]

초록여신 2009. 6. 23. 08:37

 

 

 

 

 

 

 

 

 

 

 

이 적막한 계절의 국경을 넘어가자고 산비둘기 날아와 구욱 국 울어대는 봄날,

산등성이 헛개나무들도 금연 구역을 슬금슬금 내려와 담배 한 대씩 태우고 돌아가는 무료한 한낮,

그대가 오면 함께 찻물로 마시려고 받아온 골짜기 약숫물도 한번 크게 뜨거워졌다가 맹숭하니 식어가는 오후,

멀리 동구가 내다보이는 마당가,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도 작년 이맘때보다 허리가 나빠져, 나도 이제는 들어가 쉬어야 하는 더 늦은 오후,

 

 

어디서 또 봄이 전복됐는가 보다

노곤하니 봄이 각시멧노랑나비 한 마리,

다 낡은 꽃 기중기 끌고

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간다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지성사(2009)

 

 

.......

봄바람이 유난히 세차게 몰아쳤었다.

그 봄바람은 유난히 빛나던 노오란 당신을 싣고 떠나갔었다.

노오란 수건들이

노오란 풍선들이

노오란 눈물이

그 빛나던 노오란 당신을 휩싸고 돌았지만,

끝내 노오란 당신은 우리곁을 떠나갔었다.

 

며칠 전 다시, 바람이 불었다

그 노오란 바람이.

누군가는 무더운 여름의 바람이라고 그냥 씨잇, 웃고 말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화합의 바람이였고,

평화의 바람이였고,

희망의 바람이였다고...

 

한 점 바람으로 우리의 곁으로 돌아온 노오란 당신의 빛이라고

그렇게 믿는다.

 

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가는

당신은 여전히

노오랗게 웃고 있다.

 

그 웃음이 '

언제나 희망의 씨앗으로

커다란 희망의 나무들을

울창한 노오란 숲을 만들어 줄 것이리라.

(다시, 노오란 바람이 분다. 그 여름의 바람 앞에서...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