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나팔꽃 우체국 [송찬호]

초록여신 2009. 6. 23. 06:10

 

 

 

 

 

 

 

 

요즈음 간절기라서 꽃의 집배가 좀 더디다

그래도 누구든 생일날 아침이면 꽃나팔 불어준다

어제는 여름 꽃 시리즈 우표가 새로 들어왔다

요즘 꽃들은 향기가 없어 주소 찾기 힘들다지만

너는 알지? 우리 꿀벌 통신들 언제나 부지런하다는 걸

 

 

혹시 너와 나 사이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다 하더라도

이 세계의 서사는 죽지 않으리라 믿는다

미래로 우리를 태우고 갈 꽃마차는

끝없이 갈라져 나가다가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저와 같은 나팔꽃 이야기일 테니까

 

 

올부터 우리는 그리운  옛 꽃씨를 모으는 중이다

보내는 주소는, 조그만 종이봉투 나팔꽃 사서함

우리 동네 꽃동네 나팔꽃 우체국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문학과지성사(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