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외등 [정일근]

초록여신 2009. 6. 21. 15:06

 

외등

ㅡ 다연茶淵에게

 

 

 

 

 

 

 

 

 

 

삶이란 대문 앞으로 긴 골목길이 지나가는

그런 집에 살아가는 것이라고

불혹不惑에 병 얻어 부쩍 그 생각하네

내 생도 어느새 방 나와

마당에서 서성이는 세월 살고 있으니

방으로 들어가 다시 잠을 청하기도

문 열고 나가기도 어정쩡한 시간

그냥 마당에 서서 기다리며

저녁을 위해 외등外燈 하나 밝히고 싶네

어두워지면 작은 세상 이루는 불빛 아래

사선斜線 그으며 내리는 사월의 비나

허공으로 펑펑 터지는 십이월의 눈 바라보며

풍경風景이 있는 고즈넉한 밤 맞이하고 싶네

삶의 주머니에 남아 바스락거리는 시간 만져보며

긴 골목길 뚜벅뚜벅 걸어 찾아오는

운명의 구둣발 소리가 찾아오는 그 밤을

나는 외등 아래 서서 담담하게 맞이하고 싶으니

 

 

 

 

 

*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