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하회에서 안다 [정일근]
초록여신
2009. 6. 21. 14:55
운명은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충효당忠孝堂 가는 길의 밤꽃 내음 때문일까
하회河回에서 안고 말았다, 내 품에 안긴 여자는
운명 앞에 침묵하고 있었다
그때 내 몸에서 들끓는 열망熱望과 같은
비릿한 밤꽃 내음이 코끝을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호흡하지 않았다, 이 순간 한 호흡을 놓쳐버리면
우리는 윤회輪廻의 이편과 저편으로 나눠질 수 있는 것이다
내게 사랑이란 한 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다, 들숨과 날숨 고르게 쉬면서
이 밤 함께 흘러가는 것이다
하회 수태극水太極의 물길이 내 손금에
새로 새겨지는 밤이었다
*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