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붓꽃 [채호기]

초록여신 2009. 6. 21. 00:04

 

 

 

 

 

 

 

 

 

 

 

간밤에 당신이 잠들었을 때 빗방울이

유리창에 내 사랑을 적어놓았지요.

아침에 당신이 환하게 일어났을 때

창문은 당신을 반겨 보석처럼 떨며

사랑의 눈동자로 반짝였어요. 그러나

당신의 무심한 손은 관심도 없었지요.

정원에 새로 핀 붓꽃을 보겠다고,

유리창에 적힌 빗방울의 은밀한 서신을

얼룩인 양 말끔히 지우고 말았어요.

 

 

 

 

* 손가락이 뜨겁다, 문학과지성사(2009. 6.)

 

 

.......

미련한 당신,

큭큭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