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누구십니까 [정일근]

초록여신 2009. 6. 14. 14:29

 

 

 

 

 

 

 

 

 

 

 하늘에도 흘러가는 물의 길은 있나 봅니다. 백로白露 아침, 누군가의 손길이 그 길에서 가장 맑은 물을 길어 풀잎 위로 작은 이슬방울들을 둥글게 빚어놓았습니다.

 

 

 이슬이 맺히자 처서處暑 지난 산과 들판이 한 점 남김없이 들어가 가을의 때를 기다리고, 생각으로 무거워지는 휘추리를 흔들고 가는 사유思維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천천히 가을 쪽으로 세상을 굴리며 가는 사계四季의 시계추時計錐 소리, 제 몸의 푸른빛을 사위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향하여 걸어가는 나무들의 발자국 소리도 함께 들려왔습니다.

 

 

 누구십니까, 백로 아침에 풀잎마다 해맑은 눈빛을 달아 우리를 환히 바라보시는 분은. 후, 하고 불면 이내 부서질 것 같은 작은 눈망울 안으로 한없이 넓고 깊은 눈동자를 담아 보내 주시는 분은.

 

 

 

 

*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