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마음經 . 44 ....... 홍신선

초록여신 2009. 6. 8. 03:40

 

 

 

 

 

 

 

 

 

 

누가 우그러든 양은솥 밑바닥을 득득 달창 숟갈로라도 긁는가.

허공에는

설 누른 밥티처럼 켜켜로 일어나는 것, 무시로 떨어지는 것,

저 묵음 처리 잘된 낙화들

발 디딜 틈 없이 떴다.

 

 

성근 묏비 속에 비설거지 채 못 한

왕벚나무들이 열어놓은 양은솥들, 양은솥들,

박정자 삼거리에서 동학사 입구까지의.

 

 

지금도 그 큰 솥에 다시 안ㅊ텨서 삶는 것은

죽음인지

시간인지

뒤적대는 빨래 주걱으로 수수십 동 종이 빛 인조견 건져 널고 있는데......

 

 

생전의 김구용이 읽다 만 목판인가.

끝끝내 해독 안 된 자구(字句)들 며칠째

절로 들어가는 마음 길에

제법 폭우처럼 쏟아진다.

 

 

 

 

* 우연을 점 찍다, 문학과지성사(20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