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장미의 날 [양애경]

초록여신 2009. 5. 10. 22:25

 

 

 

 

 

 

 

 

 

 

 

장미의 기분을 알 것 같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가지 위에

솜털 같은 가시들을 세우고

기껏 장갑 위 손목을 긁거나

양말에 보푸라기를 일으키거나 하면서

난 내 자신쯤은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요

라고 도도하게 말하는

장미의 기분

오늘 나는 하루 종일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가위에 잘려 무더기로 쓰러지는 장미꽃들과 함께

축축한 바닥에 넘어졌다

 

 

 

 

 

*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삼인(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