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가마우지 [안도현]
초록여신
2009. 5. 4. 11:27
해안선을 잘 엮어서 어머님께 보여드리자
밤새 젖은 모래톱 한 두름 꾸덕꾸덕하게 말려 굽고
시끄러운 파도 소리 살짝 볶아 쟁반에 담아서
어머님의 서러운 아침 밥상에 올리자
해안선을 올리자 어머님을 위하여
허공을 깎아 만든 절벽의 집으로도 가지 못하고
바다의 밑바닥으로도 이제 갈 수 없는
검은 해안선에 몸이 감긴 어머님
최대한 목을 길게 빼고
가마우지, 가마우지 공중에서 울자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수,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시, 사랑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