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목련의 알리바이 [권혁웅]

초록여신 2009. 5. 3. 04:37

 

 

 

 

 

 

 

 

 

 

 오늘, 목련이 졌다 오래된 신발처럼 변색했다 신발은 흔적이다 너는 여기에서 증발했다 뒤꿈치 바깥이 깎인 것은 너를 지탱해온 신발의 기억, 신발은 길을 끌고 천천히 이곳에 왔다 오늘 너는 신설(新設), 건국(建國), 성수(聖水) 등을 짚어 왔고 주렁주렁 달고 왔고 그리고 목련이 졌다 너는 여기에서 증발했다 목련은 가지를 끌고 와서는, 가지 끝마다 자리를 잡곤 했다 가지들이 노선(路線)처럼 산만했다 그 무성한 신발들이 다 떠나갔다 너는 여기에서 증발했다

 

 

 

 

* 마징가 계보학,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