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뒤꿈치라는 말 [복효근]

초록여신 2009. 4. 6. 09:29

 

 

 

 

 

 

 

 

 

 

뒤꿈치라는 말 새삼 예쁜 날 있다

남의 것도 내 것도 들여다 볼 겨를 없던

지난 시절에는 몰랐던 것

앞만 보고 살아왔던 시절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뒤꿈치

 

 

보아달라고 이제는 돌아볼 때가 되었지 않느냐고

거북등처럼 굳은살이 까칠까칠 바늘을 세운다

슬픔과 눈물을 짓이기는 데나 쓰였던,

대답 없는 땅을 구르는 데나 쓰였던 것

 

 

한 생애를 요약하면 뒤꿈치의 두께가 될까

앞꿈치로 조심조심 다가가야 할

꿈을 가졌다는 것이,

앞 끝에 힘을 주고 용수철처럼 일어선다는 일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까치발 딛고 비상을 도모하며

넘어져 깨어져도 즐거웠던 날들 뒤엔

묵묵히 굳어가는 것이 있어

꿈꾸던 세포들이 한쪽으로 몰려서 뒤꿈치를 이루었다

 

 

땀 냄새 고이 받쳐 안고 굳어진 시간의 바깥쪽

꿈의 알들은 화석이 되어가는지

거칠어서 이쁜 이름이  이렇게는 있다

 

 

 

 

* 마늘촛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