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매미 [도종환]

초록여신 2009. 3. 27. 09:01

 

 

 

 

 

 

 

 

누구에게나 자기 생의 치열하던 날이 있다

제 몸을 던져 뜨겁게 외치던 소리

소리의 몸짓이

저를 둘러싼 세계를

서늘하게 하던 날이 있다

 

 

강렬한 목소리로 살아 있기 위해

굼벵이처럼 견디며 보낸 캄캄한 세월 있고

그 소리 끝나기도 전에 문득 가을은 다가와

형상의 껍질을 벗어 지상에 내려놓고

또다시 시작해야 할 가없는 기다림

기다림의 긴 여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있다

 

 

 

 

* 해인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