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정구지 꽃 [정일근]

초록여신 2009. 3. 24. 11:06

 

 

 

 

 

 

 

 

 

서울 사람은 부추, 충청도 사람은 솔, 제주도 사람은 쇠우리, 경상도 사람은 소풀이라 하는데

은현리 사는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정구지라 부른다

정월에서 구월까지 먹을 수 있어 정구지라 이름한다

그렇게 정월에서 구월까지 제 살과 피 다 내어주고 가을에 꽃 피는데, 정구지 꽃 하얀 꽃 피는데

허리 굽혀 땅에 절하지 않고서는 보지 못하는 꽃, 손에 흙 묻혀 땅과 악수하지 않고서는 봐도 알지 못하는 정구지 꽃

정구지 꽃 하얀 꽃이 어머니 정구지 밭에 가득 피었다

칠순 어머니 아픈 자식에게 검은 머리 다 주시고 흰머리 되셨듯이

주고 또 주고 주고 또 주고 그 빈 대궁마다 하얀 별을 달고 정구지 꽃 피었다

어머니 한 밭 가득 곱게 피었다

 

 

 

 

*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 문학과지성사, 2009. 3. 12.

 

 

 .......

20년이나 부추로 알고있던 것이 21년째 정구지가 되던 때가 있었다.

음식점에서 '정구지'란 말을 듣고 눈이 말똥말똥하던,

부끄러워 물어보지도 못하고 침묵했던,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알던 부추가 '정구지'였다.

난 소달구지쯤으로 생각했던...

어리석음 앞에서 지역을 초월한 사투리에 놀랐다.

(나에겐 여전히 부추인 정구지 생각에,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