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접목接木 ....... 복효근
초록여신
2009. 3. 22. 08:21
늘그막의 두 내외가
손을 잡고 걷는다
손이 맞닿은 자리, 실은
어느 한쪽은 뿌리를 잘라낸
다른 한쪽은 뿌리 윗부분을 잘라낸
두 상처가 맞닿은 곳일지도 몰라
혹은 예리한 칼날이 내고 간 자상에
또 어느 칼날에 도리워진 살점이 옮겨와
서로의 눈이 되었을지 몰라
더듬더듬 그 불구의 생을 부축하다보니 예까지 왔을 게다
이제는 이녁의 가지 끝에 꽃이 피면
제 뿌리까지 환해지는,
제 발가락이 아플 뿐인데
이녁이 몸살을 앓는,
어디까지가 고욤나무고
어디까지가 수수감나무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접목
대신 살아주는 생이어서
비로소 온전히 일생이 되는
* 마늘촛불, 애지(2009. 3)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아와서 나보다 더 익숙해진 상대방의 손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노부부 이야기이다. 서로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늙은 부부는 이제 어디까지가 나이고 상대방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닮아있다. 그 모습이 마치 가지를 접목한 나무와 같다. 복효근이 꿈꾸는 사람 사이의 관계 나아가 사람과 자연의 관계가 잘 나타나 있다. 그것은 상대방을 나인 것처럼 느끼고 배려하는 것이다. 대상의 속성을 가능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얹어가는 것, 그것이 복효근의 시가 지향하는 아름다움이다.
ㅡ 문혜원(문학평론가, 아주대 교수), 해설[속 깊은 이해와 타당한 생활 철학]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