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섬 [안도현]

초록여신 2009. 3. 17. 10:59

 

 

 

 

 

 

 

 

 

 

섬, 하면

가고 싶지만

 

 

섬에 가면

섬을 볼 수가 없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바다를 꽉 붙잡고는

섬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수평선 밖으로

밀어내느라 안간힘 쓰는 것을

보지 못한다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 곳에

파도 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봐라

 

 

삶이란 게 뭔가

삶이란 게 뭔가

너는 밤새도록 뜬눈 밝혀야 하리

 

 

 

 

* 그리운 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