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물기 (2) ....... 김광규

초록여신 2009. 3. 14. 08:22

 

 

 

 

 

 

 

 

 

 

 

생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가 떠난 뒤 그러나

조그만 두 눈에서

웬 눈물 이처럼 참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지

비방과 욕설과 고향 쏟아내던

그 험한 잎들 온통 일그러지며

웬 울음 이처럼 억누를 수 없이

터져 나오는지

눈 감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혼자서 기도할 수도 없어

수십만 인파가 조용히 모여들었다

실핏줄 깊숙이 스며들어

가슴속으로 하염없이 번지는

눈물과 울음

아낌없이 그가 나누어 주고 간

사랑의 물기

아닐까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

 

  

   2009. 0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