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外界

[스크랩] 겨울나무 _ 이기선

초록여신 2009. 3. 4. 16:01

     겨울나무


                    이 기 선


병이 나을 것 같지 않아 편지를 씁니다

맞바람의 뒤끝은 맵기도 하네요

여긴 한 번 스쳐간 사랑이 다시 찾아오는 법이 없는 곳이랍니다

분명히 눈이 내렸었는데 지금 보니 서 있는 자리가 젖어 있습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진실이 이렇게 발목을 적시는 날들 한가운데

뿌리를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기쁨 때문에 날이 밝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나곤 합니다

어제와 다른 자리가 아파오는 것도 위로가 되는군요

요즘도 쪽문은 열어둔 채 지내고 있습니다

끝까지 꾸지 않은 꿈이 남아 있다고 그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 이기선 시인 : 2003년『시와반시』로 등단







출처 : 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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