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생각의 까마귀떼라 [최정례]

초록여신 2009. 3. 2. 14:43

 

 

 

 

 

 

 

 

 

 

나의 밤이 너에겐 낮이고

너의 낮이 나에겐 밤이라

 

 

우리 사이엔 거대한 태평양이

누워서 파도친다

 

 

끝도 없이 캄캄한 해안가로

난폭하고 순결한 물결이

무슨 뜻을 품고 굽이쳐 오는 것만 같은데

사실 무슨 뜻이 있겠는가

 

 

내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너를 향해

전화기를 들었다 놓는 것과 같다

 

 

잠시 다른 밤 다른 낮을 살고 있는

남의 나라에서

 

 

내 나라를 향해 한껏 밀려갔다가

다시 돌아서 밀려오는데

 

 

셀 수도 없는 네가 거기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파도에 굴러다니는 태초부터의 자갈들처럼

생각의 까마귀떼라

얼굴도 몸통도 어깻죽지도 두 팔도 무너지면서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