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인된 철물점 아줌마 홍정순
30대 철물점 여주인이 시인으로 등단해 화제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홍정순(37.여) 씨는 시 전문 계간지인 시안(詩眼)의 제22회 신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지난달 12일 50만원의 상금을 받으며 '시안'을 통한 등단을 인정받았다.
시안은 1998년 고려대학교 교수인 오탁번 시인이 창간한 시문학 계간지로 신인상 심사가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홍 씨의 수상작은 '소설(小雪)을 지나다', '파리', '장갑', '철물점 여자', '사이'등 5편이다.
심사를 맡은 신달자 시인은 당선작에 대해 "세련되거나 미끈한 이미지 형상은 없으나 과장됨 없이 생활의 궁핍과 너절한 것들을 맑게 떠올리는 재주가 있다"면서 "생활현장에서 얻은 삶의 조각들을 재구성해 시류에 현혹되지 않는 독특한 세계를 창조했다"고 호평했다.
10남매 중 여덟째인 홍씨는 12살때 큰 언니(27)가 병으로 죽으면서 힘든 사춘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단양고등학교 재학시절 문학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시를 접하게 됐고, 습작을 통해 시인의 길을 준비했지만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대학도 포기했다.
홍 씨는 결혼을 하고 철물점(대강종합건재)을 운영하면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생활속에서도 시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2007년부터 써온 시를 신춘문예, 시인세계, 현대시학 등 1급 문예지에 투고를 해오다 이번에 시안의 제22회 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홍 씨는 "10여년동안 희망했던 일이 이뤄져 너무 기쁘다" 면서 "(시를 전문적으로 배운) 다른 시인들과 비해 섬세함이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시는 사람의 그릇만큼 나온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수영, 박용래, 백석, 윤관영, 서정주 시인을 좋아한다는 홍씨는 수상 소감에서 "내게 주어진 철물점 일 열심히 하면서 녹이 슬더라도 변치 않는 철물과 같은 시를 쓰겠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