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나무 라디오 [이이체]

초록여신 2009. 2. 24. 03:35

 

 

 

 

 

 

 

 

 

 

 

잎사귀들이 살고 있는 스피커, 한 쪽의 귀가 없다.

나이테가 생기는 책상에 당신은 앉아 있다.

주파수들이 돌리자 잎사귀들이 떨어지고

허공은 종이를 찢어 한쪽 소리를 날려 보낸다.

나무로 된 음악은 숲을 기억한다.

모든 음악은 기억이 부르는 것

당신은 그것을 씨앗들에게 달아준다.

소리 없는 나뭇가지들,

뿌리들의 유쾌한 휘파람.

계절을 돌며 노래를 주파수를 녹음錄音하는 나무 라디오.

 

 

뛰는 심장을 어루만지곤 했다.

절벽에 뿌리를 내린 나무도 그와 같지.

그것이 당신의 절규하는 첫 발음, 굽은 음색의 첫 싹

고사목 같은 목소리들이 자정을 알린다.

스피커에서는 시퍼렇게 늙은 소리들이 절벽을 뛰어내렸지.

소리를 채록하는 것은 나무들의 오랜 습관이라는 것을 알아야

라디오의 청취자가 되는 거지.

 

 

전파가 흘려주는 직유는 꼭 구부러져 있었네.

숲을 이루지 못한 소리들이 잎사귀를 늘어뜨리고

조용한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지 녹음하지 못한 울음들이 당신에게 갈 때,

스피커가 아닌 라디오를 끄지.

 

 

절벽의 나무로 만든 스피커가 채록한 소리들은

다 휘어져 있지.

기억해. 모든 소리들은 떨어지는 것들이야.

 

 

 

 

ㅡ 등단작 『현대시』, 2008

 

 

 

 

 

 

* 2009 젊은 시, 문학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