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생일 [김혜순]

초록여신 2009. 2. 23. 10:56

 

 

 

 

 

 

 

 

 

 

아침에 눈 뜨면

침대에 가시가 가득해요

음악을 들을 땐

스피커에서 가시가 쏟아져요

나 걸아갈 때

발빝에 떨어져 쌓이던 가시들

아무래도 내가 시계가 되었나 봐요

내 몸에서 뾰복한 초침들이

솟아나나 봐요

그 초침들이

안타깝다

안타깝다

나를 찌르나 봐요

밤이 오면 자욱하게 비 내리는 초침 속을 헤치고

백살 이백 살 걸어가 보기도 해요

 

 

저 먼 곳에

너무 멀어 환한 그곳에

당신과 내가 살고 있다고

행복하다고

당신 생일날

그 초침들로 만든 케이크와 촛불로

안부 전해요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