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사람에게 [문정희]

초록여신 2009. 2. 20. 14:25

 

 

 

 

 

 

 

 

 

 

사람을 피해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사람, 너는 누구냐

밤하늘 가득 기어나온 별들의 체온에

추운 몸을 기댄다

한 이름을 부른다

일찍이 광기와 불운을 사랑한 죄로

나 시인이 되었지만

내가 당도해야 할 허공은 어디인가

허공을 뚫어 문 하나를 내고 싶다

어느 곳도 완벽한 곳은 없었지만

문이 없는 곳 또한 없었다

사람, 너는 누구냐

나의 사랑, 나의 사막이여

온몸의 혈맥을 짜서 시를 쓴다

사람을 피해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별처럼 내밀한 촉감으로

숨 쉬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 나는 아름다우냐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