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눈꽃 [문충성]

초록여신 2009. 2. 20. 08:25

 

 

 

 

 

 

 

 

 

눈이 꽃을 피우다니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죽어가고 있을 때

눈 내린다 세상이

추운 것은 사람들이

꽃을 피워내지 않기 때문이다

눈 내린다 앙상하게

빈 가지를

봄날 꿈꾸어도

어림없다 아직은

눈 내린다 빈 가지들

살려낸다

꽃들 피워낸다

꽃나무들 기죽어 가만히

서 있다, 보아라, 눈꽃 세상

죽어가는 세상 살려내는

저 정교한 손길들 새하얀

와아, 얼굴 없는 환호 소리들

 

 

 

 

 

* 백 년 동안 내리는 눈, 문학과지성사(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