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호두 까기 [마종기]
초록여신
2009. 2. 11. 22:57
어제 내가 당신을 간절히 안았듯
오늘은 당신이 안아주세요.
딱딱한 껍질은 언제나
근엄하고 정확하지만
일상의 화장을 벗어버리면
당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부드러운지
얼마나 자유롭고 풍요로운지.
역사의 주름살은 도도하게 어둡고
시간은 피와 살을 빠르게 지나갈 뿐,
타성을 개는 아픔을 참아내는 것만이
당신과 나 사이의 우주입니다.
겨울 그림자는 늘 수상하고
두렵고 길고 춥기만 합니다.
오늘은 당신이 나를 안아주세요.
내일은 내가 두 무릎 꿇겠습니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