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합체 [안현미]

초록여신 2009. 2. 6. 21:51

 

 

 

 

 

 

 

 

 

 

우주 체험을 한 뒤에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 -슈와이카트(우주비행사)

 

 

하루 종일 분홍눈이 내렸다

세로도 가로도 없는 그 공간을 '방'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우주'라는 말을 발견했다

 

 

그 후 우리는 '하나는 많고 둘은 부족한' 별에 착륙했고

중력은 희박했고 궤도를 이탈한 계절은 랜덤으로 찾아왔다

어제는 겨울 오늘은 여름 낮에는 가을 밤에는 봄

 

 

우리는 당황했지만 즐거웠고 우리는 은밀했다

이상했지만 세계는 완벽했고 중력은 충분히 희박했다

검색창 밖으론 하루 종일 푹푹 분홍눈이 내렸고

 

 

하루 종일 우주선처럼 둥둥 떠다녔다

사랑과 합체한 사랑은, 그리고 또 우리는

그 후 '하나는 많고 둘은 부족한' 별의 거북무덤엔 이렇게 기록되었다

 

 

사랑을 체험한 뒤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

 

 

   2009. 01.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