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아무렇지도 않게 [윤제림]

초록여신 2009. 2. 6. 21:26

 

 

 

 

 

 

 

 

 

 

칠 년 만에 다시 한방이다,

좁고 낮고 춥고 어두운 방이지만.

 

 

나는 저 남녀가 떠나온 곳을 안다.

낯선 방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나란히 누워

지금 막 잠에 떨어진

저 몸뚱이뿐인 남자와 여자의 이름도 안다.

성만 밝혀두자.

'경주 최 씨와 김해 김 씨.'

 

 

굳이 따지자면 김 씨가 더 멀리 걸어왔다.

더 많은 여관과 술집과

시장과 의자의 거리를

여자 혼자서.

 

 

그렇지만,

정물靜物은 어디 쉬운가.

 

 

"Don`t disturb!"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

 

 

 

   2008.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