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노랑꼬리 연 [황학주]
초록여신
2009. 2. 4. 20:49
노랑꼬리 달린 연을 안고
기차로 퇴근을 한다 그것은 흘러내린 별이였던 것 같다
때론 발등 근처에 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은 손을 내밀 때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니까
길에 떨어진 거친 숨소리가 깜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거다
아물면서도 가고 덧나면서도 가는 밤에 우리는 부끄러웠을라나
그런 밤엔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할지
네게 물어도 될 것 같았다
도착하고 있거나 잠시 후에 발차하는
기차에 같이 있고 싶었다
내 퇴근을 날마다 멀고 살이 아파
노랑꼬리 연이 필요했던 것이고
어디에 있든 너를 지나칠 수 없는 기차로 갔던 것 같다
너의 말 한마디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댓살이 내 가슴에도 생겼다
꼬리를 자르면서라도 사랑은 네게 가야 했으니까
그것은 막막한 입맞춤 위를 기어오르는 별이었던 것 같다
내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운명은
오래오래 기억하다 해발 가장 높은 추전역 같은 데 내려주어야 한다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안 좋은 시절
바람 속으로 또다시 바람이 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
네게로 가는 별, 댓살 하나에 온몸 의지한
노랑꼬리 연 하나 바람 위로 떠오른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 (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
2008.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