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황홀한 국수 [고영민]

초록여신 2009. 1. 18. 23:02

 

 

 

 

 

 

 

 

 

 

반죽을 누르면 국수틀에서 국수가 빠져나와

받쳐놓은 끓는 솥으로

가만히 들어가

국수가 익듯,

 

 

익은 국수를 커다란 소쿠리에 건져

철썩철썩,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듯,

 

 

손 큰 내 어머니가 한 손씩 국수를 동그랗게 말아

그릇에 얌전히 앉히고

뜨거운 국물을 붓듯,

고명을 얹듯,

 

 

쫄깃쫄깃, 말랑말랑

그 매끄러운 국숫발을

허기진 누군가가

후루룩 빨아들이듯,

 

 

이마의 젖은 땀을 문지르고

허, 허 감탄사를 연발하며 국물을 다 들이키고 나서는

빈 그릇을 가만히 내려놓은

검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듯,

 

 

살다 갔으면 좋겠다

 

 

 

 

* 공손한 손,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