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감염의 경로 [정끝별]
초록여신
2008. 12. 14. 11:53
이틀을 깜빡 넘긴 찐고구마를 먹는다
약간 말랐을 뿐 암만 봐도 말짱하다
절반쯤 먹는데 쉰맛이 왈칵
찐고구마 몸을 샅샅이 살펴보니
작은 구멍들이 숭숭
고구마를 찔 때
익었나 안 익었나 푹푹 찔러봤던 구멍들이다
푹푹 찔렀던 구멍마다 상했다
구멍마다 맺힌 이슬이 쉰내의 근원이렷다
구멍마다 차올랐던 비명이 독하다
구멍을 도려낸다
뿌리가 깊다
먹던 찐고구마가 동강난다
의심이 제일 먼저 상하게 한다
찔린 구멍마다 차올랐던 복수가
뱃속에 차오른다
내 배가 아프다
* 와락,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