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이레이저 헤드 [장석원]

초록여신 2008. 12. 8. 07:08

 

 

 

 

 

 

 

 

 

잊는다는 것은 아름다워 이제 모두 잊혀질 것 같아서

 편안하게 비트에 맞춰 머리를 흔들어 좌우로 좌우로

 잊기 위해 노력하는 중 잊혀지기 위해 더 빠르게 무한히

 잊혀질 수 있기를 나는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기 위해

 당신은 잊기 위해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당신은

 버석이는 알갱이 알갱이 실리카겔처럼 잊혀지기를

 한 번의 생각으로 나는 당신과 당신이 흔적 없이 지워지는 순간으로

 나는 당신과 함께 나의 생을 뒤로하고 뒤를 지우고 뒤 없는 세계로

 당신과 나는 또다시 당신은 동시에 당신과 나의 모든 것은

 발밑 세계로 밑이 빠진 어둠 속으로 눈 뜬 침묵 쪽으로

 앞으로 살아야 할 나날을 위해 잊혀지는 것은 잊혀지고

 잊혀진 것을 위해 잊혀지는 것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나와 당신

 잊혀진 모든 것이 아름다워 문득 없어진 모든 것이 입을 벌릴 때

 

 

 

 

* 태양의 연대기,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