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멜랑콜리아 [장석원]

초록여신 2008. 12. 1. 07:33

 

 

 

 

 

 

 

 

 

나는 또 하나의 기다림

왼편의 끝없는 거리와 오른편 낮은 구릉

그 자극적인 균형을 사흘 동안 지켜봤다

내 머리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걸어왔다

벚꽃은 폭발하고 흰 그늘 기화한다

쓸데없는 기관(器官)에서 흘러나온 냄새 때문에

고통이 사라졌다 더 밝아지는 것이다

이 환한 어둠 속에서는 절름발이 하마와

무릎 꿇는 젖소와 사라진 부르주아 모럴을

기록할 수 없다, 세계의 질서가 확립되면

세계의 질서가 확립되기만 한다면

나와 북악터널 끝의 흰 구멍은 하나가 되겠지

찢어진 우산처럼 신념이 부족한 것이다

길가에 멈춰 서서 옆 나무에게 말을 건다

빛이 필요하다

 

 

 

* 태양의 연대기, 문학과지성사(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