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아픈 세상 [황규관]
초록여신
2008. 11. 26. 22:42
없는 사람에게는 늘 아픔이 있다
먹구름 잔뜩 품은 하늘이
언제나 천둥을 만들어내듯
지상의 눈동자에 휘두를 번개를 깊이 품고 있듯
가난한 사람에게는 사랑도
아픔이거나 그 깊은 흉터다
허리에 침을 꽂고 엎드려 있는데
먹고 살기도 힘든데 안 아픈 데가 없다는
중년 여자의 서글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픔을 낫겠다고 약도 먹고
침도 맞는 거겠지만
아픔은 항상 어디선가 샘솟는다
아니, 아파서 산다
청춘을 불로 지진 사랑이
식지 않은 분화구가 되어
더러는 아픔을 빛나게 증명하듯
사는 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아프고 아파서 아픔이 웃을 때까지
천천히 가는 길이다
* 패배는 나의 힘, 창비(2007)
.......
그래요,
사는 건 아픈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그 아픔이 살게 하는 힘을 줌을 알고 있기에
오늘도
천천히 그 아픔이 덧나지 않기를 바라고 바래본답니다.
설령 그 아픔이 곪아터져 고름이 나더라도 살아가겠지만요.
이 세상엔 몸만 아픈 사람도 있고 마음만 아픈 사람도 있고 몸과 마음이 다 아픈 사람도 있지요.
그 아픔이 웃음으로 치유되지 않는다해도
아픈 세상은 없어지지 않음 또한 명백한 사실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아파서 살지요. 아파하면서 살아가고요.
(아픈 세상 속에서,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