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추전역(杻田驛) ....... 허연
초록여신
2008. 11. 20. 16:24
부자연스럽게 날이 저문다.
아무 말 없이 그대는 여기서 하루를 끝내고, 그대 여기 누워 더 이상 시퍼런 바람이 되지 않아도 되겠지. 검은 빗물이 그대가 꾸는 꿈속을 흘러 땅으로 스며들기를. 다시는 빗물이 그대의 등을 타고 아프지 않게 흘렀으면.
나뭇가지 꺾어 계곡 물에 띄운다. 남겨진 그대 숨소리 검은 강과 함께 흘러가기를, 8월의 서늘함이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꿈이기를.
여기엔 그대가 남고 나는 떠나서 죽어도 끌어안을 수 없는 그리움이
또 자갈들처럼 굴러다니기를.
그렇게 또 수만 년이 흐르기를.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사.
.......
해발 855미터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철도역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에서 이 시를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저 상상해 본다.
곧 경험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너무 추운 날, 추전역을 그리워한다.
(추전역 - 끌어안을 수 있는 그리움이기를 바라며,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