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오동나무를 바라보는 일 [조용미]

초록여신 2008. 11. 13. 18:11

 

 

 

 

 

 

 

 

 

오동나무

내 앞에 서 있던 가을의 오동나무

한번도 그렇게 가까이는 다가갈 수 없었던

오동나무, 몸으로 나무의 체온을 재어보면

내가 알 수 없는 문자들로 가득한

나무의 말들, 답답하여

 

 

오동나무 아래 오래 서 있어

내가 오동의 풍경이 되고자 했다

누가 천산산맥을 하늘에서 보았다고 했을 때

내 몸이 천산북로로 눕는 것을 꿈꾸었듯

 

 

나와 너무 가까이 있어 내 두근거림을 들을 수 없었던

너무 오래 서 있던 오동나무의 그늘

오래도록 쓰다듬던 그 나무의 껍질

 

 

오동나무 아래를 서성이며

죽음도 추억도 아닌

나무인 오동을 보고자 했다

 

 

 

 

*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창작과비평사(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