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밥 [허연]

초록여신 2008. 11. 10. 09:01

 

 

 

 

 

 

 

 

 

 

세월이 가는 걸 잊고 싶을 때가 있다.

한순간도 어김없이 언제나 나는 세월의 밥이었다.

찍소리 못하고 먹히는 밥.

한순간도 밥이 아닌 적이 없었던

 

 

돌아보니 나는 밥으로 슬펐고,

밥으로 기뻤다.

밥 때문에 상처받았고,

밥 때문에 전철에 올랐다.

밥과 사랑을 바꿨고,

밥에 울었다.

그러므로 난 너의 밥이다.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