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소금꽃 [최명란]

초록여신 2008. 10. 29. 18:35

 

올해 다시 피는 꽃은 작년에 시들어 떨어진 꽃을 보지 못했기에 피는 것이다

타인의 죽음을 보고 죽음을 두려워하듯이 보지 않았으면 두려워할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이별을 예비하면서도 기쁘게 만나고 죽음을 예비하면서도 삶을 시작한다

 

 

 

소금과 관계 맺고 사는 일이 쉬운 일일까

나는 퉁퉁마디

적게 먹어도 죽고 많이 먹어도 죽는 소금 같은 풀

염전에 하얗게 번지는 소금꽃과 소통하는 퉁퉁마디지

소금꽃은 소금 결정으로 모으고 결정은 한 알의 소금이 되고

계절도 없이 시간도 없이 피는 너는 소금꽃

경계는 생각보다 얇아

하늘에서 와 바다에서 핀다지

햇볕과 바람의 내통이 소금꽃을 피운다지

하얀 소금꽃을 기다리며 염전 옆에 붉게 피는

내 몸은 퉁퉁마디

 

 

 

 

*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 랜덤하우스(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