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가질 수 없는 건 상처랬죠? [신현림]

초록여신 2008. 10. 25. 19:14

 

 

 

 

 

 

 

 

 

가질 수 없는 건 상처랬죠?

닿지 않는 하늘

닿지 않는 사랑

방 두 칸짜리 집

 

 

절망의 아들인 포기가 가장 편하겠죠

아니, 그냥 흘러가는 거죠

뼈처럼 하얀 구름이 되는 거죠

 

 

가다 보면 흰 구름이 진흙 더미가 되기도 하고

흰 구름이 배가 되어 풍랑을 만나

흰 구름 외투를 입고

길가에 쓰러진 나를 발견하겠죠

 

 

나는 나를 깨워 이렇게 말하겠죠

"내가 나를 가질 수 없는데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져서 뭐 하냐"고요

 

 

 

 

* 해질녘에 아픈 사람, 민음사(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