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야망 [정희성]

초록여신 2008. 10. 12. 10:01

 

 

 

 

 

 

 

 

 

 

무슨 야망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닌데

내 마음 이렇게 무거운 것이냐

벗은 나더러 이념을 그만 내려놓으라 한다

이제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도 하나하나

버려야 할 나이가 되지 않았느냐고

아무 생각 없이 거드렁거리며 놀다 가자고

그럴 리도 없겠지만 청문회에 불려나가

재산이 몇푼 안된다는 게 들통나서

지금까지 뭐 하고 살았냐고 추궁당할까봐

걱정인 나더러 별걱정 다한다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나더러

무엇을 더 내려놓으라고

그것이 팔자고 자기 몫의 십자가라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하며

이 세상 소풍 끝내고 돌아가는

천상병 시인만큼 가볍지는 않은 걸 보면

무언가 내 마음에서 더 내려놓아야 할 것이

있기는 있는지도 모르지만

 

 

 

 

 

* 돌아다보면 문득,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