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백 년 동안 자는 여자 [정영선]

초록여신 2008. 10. 7. 21:23

 

 

 

 

 

 

 

 

 

 

청 윗옷을 하나 샀다
푸른빛 남실거리는,
망설이다 칼라를 세우면
나보다 젊게 보이는 옷


깔때기 모양의 소매
마음이 밖을 기웃대다 후욱 날려갈 수도 있는
밖이 안으로 얼씨구 들어왔다가는
좁아진 구멍에 꼼짝없이 갇힐 수도 있는


입고 싶은, 입고 싶지 않은
입었다 벗어
나와의 불화를 몰고 오는
촘촘한 단추가 어제를 잠그고
오늘마저 채워버려
사온 그해는 비켜가는 옷


벽거울 속
아직 청옷에 기대
보이고 싶은 20대의 옷걸이를
품고 사는 여자
백 년째 잠자고 있는 여자인지도

 

 

*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랜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