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칠 일째 [이응준]

초록여신 2008. 9. 27. 22:53

 

 

 

 

 

 

 

 

 

 

카프카는 체코어로 까마귀라는 뜻이다.

나는 열여덟에

그런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타클라마칸은 위구르어로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나는 서른이 되던 날 밤

차라리 그런 이름이었으면 했다.

 

 

바이러스는 라틴어로 毒이라는 뜻이다.

나는 요즘 그런 이름으로 지낸다.

 

 

납인형 같은 生이 經을 덮고

칠일째 아무 말도 않고 있다.

 

 

이 세계를 소독할 유황불을 기다리고 있다.

 

 

 

 

*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 세계사(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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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독문과 및 같은 대학원 독문과를 졸업,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문학과비평』겨울호에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외 9편의 시를, 1994년 『상상』가을호에 단편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에 『나무들이 그 숲을 거부했다』『낙타와의 장거리 경주』,소설집에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장편소설에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 중편소설에『전갈자리에서 생긴 일』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