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그러니 애인아 [김선우]

초록여신 2008. 9. 16. 18:38

그러니 애인아

ㅡ늙은 진이의 말품으로

 

 

 

 

 

 

 

 

 

바람에 출렁이는 밀밭 보면 알 수 있네

한 방향으로 불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람이

실은 얼마나 여러 갈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배가 떠날 때 어떤 이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어떤 이는 뭍을 바라보지

 

 

그러니 애인아 울지 말아라

봄처럼 가을꽃도 첫 마음으로 피는 것이니

한 발짝 한 발짝 함부로 딛지나 말아주렴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사(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