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사랑의 거처 [김선우]

초록여신 2008. 9. 6. 10:45

사랑의 거처

 

말하지 마라.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이 나무도 생각이 있어

여기 이렇게 자라고 있을 것이다. ㅡ 「장자」인간세편

 

 

 

 

 

 

 

 

 

 

살다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ㅡ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눈

나는 텅 빈 집이 된 듯했네

 

 

살다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

 

 

 

 

 

*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창작과비평사(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