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오, Oㅡ157 [이선영]
초록여신
2008. 9. 4. 18:34
이 가을
우리 혀가 즐기는 양식인 쇠고기에
거뭇거뭇 Oㅡ157이 피어났다
닭고기 돼지고기 피자 아이스크림......
우리들 산 입에 거미줄 치는
Oㅡ157
오, 은행잎들
이 가을 삼십대의 내 울울한 발 밑에 창창히 깔리는
아름다운
그러나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랑이라는 혹은 혈육이라는, 날마다의 포도청인 목숨이라는, 무심한 세월이라는, Oㅡ157
내 몸에 항체를 허락지 않는
오, 올 가을에
은행나무 꼭대기에까지 걸린 Oㅡ157
내 발이 한번은 밟았다가 한번은 밟지 않았다가 아니,
내 범속하기만 한 인생의 구두창 아래로 거푸 낙화해오는
앞면일까 뒷면일까 희망일까 재앙일까, 엎치락뒤치락 모습이 바뀌는
은행잎 밟지 않고는 내디딜 수조차 없는 내 생의 오, Oㅡ157들!
* 평범에 바치다, 문학과지성사(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