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수면내시경 [이규리]
초록여신
2008. 8. 26. 13:15
누군가 내 몸을 다녀갔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뭔가 몸이 수상하다
침대 시트에 묻은 타액은 뭘 말하는 걸까
누가 내 몸을 만진 건 아닌지
배꼽 아래 흉터를 본 건 아닌지
천장에서 모든 것을 다 보았을 형광등도
형광등 자신은 한 번도 비추지 못한다
나만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듯
나를 보지 못하는 건 내가 아니다
나를 볼 수 있는 것도 내가 아니다
* 뒷모습, 랜덤하우스(2006)